한 동네에서 펜션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다. 그들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펜션들을 한 울타리에 모아 ‘마을’을 만들고 싶어했다. ‘마을’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상상하기도 쉽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마을을 실제로 만나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고 ‘펜션-마을’ 은 상충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펜션의 마을과 마을 안의 펜션’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마을이 들어설 자리는 가평군 대성리로 남쪽으로 북한강을 마주보고, 북쪽으로 축령산이 지나간다. 클라이언트는 이곳에 스페인 마을을 만들고 싶어했다. 디자이너는 우리와 문화가 다른 외국의 어느 마을을 만들어달라는 클라이언의 요구에 당황스러웠다. 일단 그는 스페인-안달루시아 지역의 말라가[Málaga] 주[州]로 답사를 떠났다.
스페인 마을은 문화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그들이 그토록 되찾고 싶어 했던 ‘마을의 골목들과 광장(마당)들’이었고, 대성리 펜션-마을의 해답이었다. 디자이너는 라스 블랑카스(Las_Blancas)에 20채 가량의 많지 않은 집들을 마을(많은 골목과 그 사이 작은 광장들)로 구성하기 위해 한 채를 여러 동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갈라진 덩어리(Mass)들 사이로 좁은 계단과 경사로, 중정(Patio), 테라스들이 생기고 다시 그 위로 다리가 지나가며 마을의 흐름을 만든다.
길게 이어진 난간과 무심하게 툭툭 솟은 굴뚝들이 마을에 생기를 더하고, 바닥에 곱게 깔려진 벽돌은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다. 북한강 기슭이 성벽처럼 이어져 있는 대성리 깊숙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의 파사드는 높게 열려있는 하늘과 만나며 마을의 ‘집 밖’ 공간들을 만들어낸다. 라스 블랑카스는 건물과 건물이, 건물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하나의 마을을 형성한다.
기사 고민주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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